2025년 내 삶에 대하여

12월 31일. 내 삶의 황금같은 한 해가 저물어간다. 이번해를 한 가지 감정으로 설명하자면 행복감이다. 나단이와 나엘이가 빛과 같은 한 해를 선물해주었다. 시작부터 끝까지 웃으며 보낼 수 있는 것은 나다나엘과 보냈던 황금같은 시간 때문이다. 나단이와 나엘이는 일년간 눈에 띄게 성장했다. 두 돌이 갓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이기적으로 자신의 필요를 말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유롭게 말을 구사하고 아빠의 마음을 살펴준다. 얼마전 아빠의 약간은 우울한 듯한 표정을 본 나엘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빠에게 와서 조용히 껴안고 “아빠 사랑해요"라는 말을 하고 돌아간다. 나단이도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남자아이의 퉁명스러움을 가졌지만 사이사이 “아빠 사랑해"라고 고백해온다. 이 아이들을 위해 내 인생을 다 소비해도 아깝지 않다는 마음이 한없이 든다.

25년의 초반에는 정치적 불안정이 나에게까지 영향을 크게 미쳤다. 계엄이라는 엄혹한 단어가 초래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한켠에 내 삶의 6개월쯤을 자리하고 있었다. 펜이 손에 잡히지 않고 논문이 읽히지 않았다.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논문을 쓰기 시작해서 한달만에 두 논문의 글쓰기를 끝냈으니 그 영향은 확실했던 것 같다. 8월 초 두개의 논문을 끝낸 후 8월 한달간 새로운 연구를 의욕적으로 했고 논문을 쓰기 시작해 10월에 끝마쳤다. 물론 너무 의욕적이고 공격적이었던 논문이었던지라 공저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지금 전반적으로 뜯어고쳐야할 상황이지만 한 단계를 끝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. 이후 내 생각을 포기하지 못하겠어서 접어놓고 있으나 26년 초반에 논문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.

25년 초반부터 종반까지 충남대학교의 인력양성사업이, 25년 하반기에는 UST의 수업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. 공부라는 것이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하더니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. 책 한권을 열심히 읽고 흡수해서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. 거기서 공부한 것들을 가지고 2학기 논문작업에 써먹기도 했으니 긍정적이다. 다만 충남대학교의 인력양성사업은 1년으로 진행하다보니 내 자신도, 학생들도 다 지쳐 막판에는 거의 등떠밀려 최종보고서를 써낸 느낌이다. 23년도에 했던 것에서 진전이 아니라 제자리를 맴돌다보니 내 자신이 흥미가 떨어졌다. 다행히 이번학기로 인력양성사업이 끝났지만 혹시 또다시 비슷한 일을 해야한다면 그 때는 주제를 바꿔 분광기가 아니라 전파망원경이나 전자회로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해야겠단 생각을 했다.

이번해에는 많은 도전을 했다. 현재 위치에서 나의 역할이 없으니 다른 역할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해서 여기저기 노력을 했다. 지난 몇년간 분명 난 매우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남아있는 결과물이 보이지 않았다. 계속되는 실패를 경험한다. 실패에 난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. 하지만 직접 겪어본 실패는 내가 이미 극복해서 내 안엔 없다고 생각했던 열등감과 패배감을 다시 끄집어내 주었다. 나이가 들어가며 희망이 없어짐도 보인다. 사람의 지적 능력이 40-45세에 최대라는데 난 이미 이 나이를 지나가고 있다. 연구소는 나에게 큰 연구의 일부가 되라 강요한다. 난 자그마한 내 연구를 하고 싶은데 연구원은 나와 결이 맞지 않는 것 같다. 나에게 가진 것이 좋다며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 누구도 설득되지 않고, 내 자신이 틀렸을까 다시 돌아보게 된다.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하게 되었다. 그냥 이 자리에 머무르게 될 확률이 점점 많아지는데, 그저 조용히 논문만 쓰며 작은 장비들을 만들며 살아가도 행복할까. 이 기관은 나를 그렇게 살게 허락해줄까. 그리고 그 삶에서 난 내 마음의 욕망을 억누르고 잘 살아낼 수 있을까. 열등감에서 초래된 나만 옳다는 꼰대같은 마음없이 내 내면이 은퇴까지 건강하게 성장해갈 수 있을까.

26년은 좀 더 행복하고 싶다. 내 만족을 종교적인 성취나 아이로부터 찾고 싶지 않고, 남의 인정으로부터 찾고 싶지 않다. 유지 가능한 만족과 행복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.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. 지금까지 항상 앞의 목표를 놓고 달렸던 삶인지라 이러한 목표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. 이제 내 삶에서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살피며 살아야할 때가 되어오는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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